Haemin JEONG 정해민
By the Skin of Painting's Teeth 그림의 이빨 껍질만큼
22 May - 21 Jun, 2025
By the Skin of Painting's Teeth 그림의 이빨 껍질만큼
22 May - 21 Jun, 2025
Painting has long been in a state of corrosion. Like all things with a long history and towering achievements, it has been worn down—by natural ageing from within and relentless challenges from without. Now it seems to face an inevitable fate. Perhaps all that remains is an empty husk, ready to scatter like desert sand at the slightest gesture. Some have already described painting as a ghostly presence, while others, in defiance, continue to regard it as among the most resilient and radiant of forms.
In By the Skin of Painting’s Teeth, Haemin JEONG offers an uneasy portrait of painting today—its corrosion barely held at bay, yet stubbornly enduring. These canvases, primed not with gesso but with digitally printed imagery, are modest in scale, scarcely larger than a handspan. Their surfaces bear rough traces of paint, stickers, and strips of tape. The subjects appear flimsy and torn, murmuring, blurred—yet at the same time as starkly defined as a heavy blob of paint splattered onto the floor with a dull thud. Clear or blurred—JEONG’s images do not so much traverse these two poles as linger at their threshold. The same is true of the two works titled The Skin of Painting’s Teeth, where interior and exterior seem to invert, and flat consciousness mingles with sculptural unconsciousness. At the edges of this protracted, slipping sensation, JEONG’s paintings do not vanish; instead, they assume the face of the present—though one turned away, looking back.
The phrase “By the Skin of Painting’s Teeth” is itself the creation of an AI. This awkward, incomplete expression becomes a fissure—a crack through which to glimpse painting’s fractured language today. What emerges is not a finished image or cohesive narrative, but fragments: splinters of encounters, scattered signals left behind. Within these fractured scenes, JEONG traces the faint trajectory of a sensibility that endures through painting.
회화는 끊임없이 부식되어왔다. 그 오랜 역사와 드높은 성취만큼 자연스러운 내부로부터의 노화와 외부로부터의 도전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그러하듯 회화 또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이미 누군가의 손짓 한 번에 사막의 모래처럼 흩날려질 빈 껍질만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회화를 이미 유령처럼 묘사했고 또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를 가장 단단하고 빛나는 무엇인가로 믿어왔다.
《그림의 이빨 껍질만큼》을 통해 정해민은 이러한 부식을 가까스로 하지만 끈질기게 버텨내고 있는 오늘날 회화의 불안한 초상을 그려낸다. 젯소가 아니라 디지털 출력 이미지를 밑칠로 삼은 캔버스 회화들은 한 뼘 정도 크기에 불과하고, 거칠게 올려진 물감과 스티커, 테이프 등의 흔적들을 표면에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묘사된 대상들은 얇게 찢어지고 우물우물거리고 흐릿한데, 동시에 철썩하고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큼직한 물감 덩어리만큼 또렷하다. 또렷하거나 흐릿하거나—정해민의 이미지들은 그 둘 사이를 분명하게 횡단하기 보다는 그 경계에 머무는 듯하다. 안과 밖이 뒤집히고 평면적 의식과 입체적 무의식이 혼재하는 듯한 두 〈그림의 이빨 껍질〉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지연되고 미끄러지는 감각의 가장자리에서 정해민의 회화는 끝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오늘의 얼굴을 얻는다. 다만, 뒤돌아보고 있을 뿐.
“그림의 이빨 껍질만큼”은 AI에 의해 만들어진 제목이다. 이 불완전하고 어색한 표현을 하나의 단서처럼 붙잡고 그 속에서 오늘날 회화가 도달한 가장자리의 언어를 읽어낸다. 그것은 완결된 이미지나 서사가 아니라 어딘가에 부딪혀 갈라지고 흩어지며 남겨지는 조각들 혹은 부스러진 신호들이다. 정해민은 바로 그 파편적인 장면들 속에서 여전히 회화를 견디고 있는 어떤 감각의 궤적을 더듬으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