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 Yeoung LEE     이은영

Dust     먼지
25 Aug - 23 Sep, 2023
접힘과 주름은 명백히 이번 전시에 선보인 이은영 작가의 작업 전반을 휘덮고 있는 모티프이다. 비교적 아담한 크기의 작품들이지만 모두 크고 작은 접힘과 주름들을 통해 강한 힘과 대면했던 사건을 증언하고 있다. 특히 도자(흙)라는 재료의 특성으로 인해 심지어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힘을 받았을지를 상당히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조금 더 흥미로운 부분은 주름의 세부이다. 주름과 주름 사이에는 수없이 더 많은 주름들이 있으며, 자세히 관찰할수록 우리는 그곳이 단순히 접혀지고 주름진 곳이 아니라 터지고 갈라졌으며 찢겨진 장소임을 알 수 있게 된다. 특별한 재료와 안료를 흙에 섞어 넣음으로써 작가는 주름의 세부가 더욱 잘 드러나도록, 그리하여 우리의 시선이 그러한 세부에 더 잘 가닿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아마도 더욱 중요한 지점은, 주름의 안쪽, 완전히 접혀서 우리의 시선이 전혀 가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일 테다. 만약 그곳에 무엇인가가 있었다면? 이러한 생각이 과도한 비약이 아님을 전시장 입구에 놓인 < 접힘 3 >이 증명해준다. 보이지는 않지만, 굵은 주름 사이 안쪽에도 여전히 노란색 하트가 분명 그려져 있지 않겠는가.

이렇듯 접힘과 주름은 결국 사라진 것들, 감춰진 것들, 잊혀진 것들에 대한 환유로써 드러난다.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고 잊혀진 것임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전시의 제목 ‘먼지’가 지시하고 있는 지점도 바로 여기일 것이다. 하찮고 미약하여 감춰지고 잊혀진 것들이 존재하는 곳. 그곳의 주름들이 펼쳐진다면 그것들을 다시 되찾을 수 도 있고, 온전함을 잃어버렸다고 하여도 어쩌면 더 많은 의미와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 접힘 1 >처럼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잊혀진 것들의 위상학은 이렇게 작동한다.